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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 의외로 식량난에 강하다

    22-06-28
    조회수 1760

     

    우리에게는 통일벼 계통 이라는 치트키가 있습니다.



    한국의 식량 자급율을 45% 대 이고 곡물 자급율을 20%가 될락말락한 수준을 오가고 있는지라, 최근의 기상이변이나 기타 여러가지 위험상황을 만나면 우리나라에서도 기근을 걱정해야 하는거 아닌가 걱정하시는 분들이 있더군요.


    국민여러분! 안심하고 생업에 종사하셔도 됩니다(읍읍)


    멘트는 반쯤 농담이지만, 실제로 어지간히 심각한 위기상황이 닥쳐도 한국에 '기근' 이 발생할 가능성은 극히 낮습니다.


    일반적으로 '기근' 이라고 하면 생존에 필요한 칼로리를 공급하지 못할 상황을 이야기 하는데, 원인이야 대단히 여러가지가 있을수 있습니다.

    농촌에는 식량이 남아도는데 수송할 방법이 없다던가, 전쟁으로 노동력이 부족해진다 던가, 각종 천재지변으로 농사를 망쳤다던가, 국가지도자가 제정신이 아닌 명령을 내려서 망한다던가
    세부를 따지자면 더 많지만, 크게 나누자면 4개 정도의 카테고리에 들어가는데, 오늘은 농업 생산량을 위주로 이야기를 해 보죠.


    조선초기에 농지 면적은 대충 160만 헥타르 정도 되었고, 정확한 기록이 없는 (도량형이 죄다 갈리는 등의 문제로) 추정치 입니다만, 300평당 쌀 생산량이 30~60kg 정도 되었을 거라고 추정합니다.

    300평에서 50kg 수확했다고 치면 대충 80만톤 정도 됩니다.
    (기록과 계산 방법에 에 따라서 당시 추정 수확량은 60만톤~320만톤 까지 오락가락 합니다만 일단 그러려니 하고 넘어갑시다.)
    (저놈의 농지 라는게 논 면적만인지 논밭과수원텃밭 면적까지 합계인지 연구자에 따라 제맘대로라...)


    저걸로 대충 500만 인구를 먹여살렸습니다. 두당 160kg/year 정도 됩니다.



    그럼 현대는 어떤가?

    2020년 기준으로 '논' 면적이 대략 78만 헥타르 정도 됩니다.
    300평 기준으로 생산량은 평균 700kg 정도 됩니다. 연간 560만톤 정도 뽑아서 5천만명 먹이고 있습니다. 두당 110kg 정도 됩니다.


    ....300평 기준으로 생산량이 뭔가 이상하게 점프한것 같지만, 사실입니다.

    15세기와 비교해서 21세기 의 동일면적 대비 쌀 생산량은 14배 가량입니다.


    이건 다 우리나라 농학자 분들의 업적 덕분입니다.


    근현대사 에서 독재자로 집권하셨던 어느분은 통일을 원하셨고, 그분이 당시 우리나라 농학자 분들에게 요청하기를 [현재 남한 쌀 자급율이 70%대를 찍고 있지만 남한쌀 만으로 남북한 인구 다 먹이게 해주세요] 라고 하셨는데, 예나 지금이나 사장님이 직원에게 [매출 두배 찍어주세요] 라고 하면 사표 던지는게 정상이지만, 이게 민족주의를 만나면 [그건 제가 목숨을 걸고 해도 안될것 같습니다. 그러니 영혼을 불사르겠습니다] 같은 반응이 나옵니다.


    그런이유로.
    당시 저 미션을 받은 분들은 정말로 영혼을 불태워가며 연구를 계속해서 130kg 언저리에 있던 300평당 쌀 생산량을 몇년만에 500kg 까지 찍어내는 기염을 토합니다.

    그리고 저 시점에서 진짜로 남한에서만 쌀을 뽑아도 남북한 인구를 다 먹일수 있는 미션이 달성되었습니다.


    근데 저 당시에 500kg 찍은 쌀은 통일벼 계통이었는데, 이게 맛이 없다고 사람들한테 인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연구를 시작했고, 몇년 더 걸려서 300평당 150kg 찍던 밥맛좋은쌀 생산량을 또 500kg 찍어냅니다.


    한번 해본거 두번은 못하겠습니까(....)



    그리고 그게 1980년대초 였습니다.
    대충 40년 전이죠.


    1980년대 이후로 쌀 품종개발은 일종의 [고인물 전용 퀘스트]가 되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쌀 100% 자급 달성한 이후로 식습관도 변하고 쌀에 대한 열망도 줄어들어서 한때 1인당 136kg 에 달했던 연간 쌀 소비량이 2010년대 들어서는 60kg 까지 줄었거든요.


    그래서 쌀 연구는 인기가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위에서도 말씀드렸지만 1960년대 한국 연구자 분들이 쌀 연구에 혼을 불태웠던 동력은 '황금' 이 아니라 민족주의 였습니다.


    그리고 그건 세월이 지나도 완전히 사라지진 않죠.
    그결과.


    게임에서도 해볼거 다 해본 고인물들이 괴랄한 자체퀘스트를 만들어 도전하는 것처럼, 한국의 쌀 품종개량은 해괴한 성과를 달성하기 시작합니다.


    논에서 70일만 키우면 수확할 수 있는 쌀 이라던가 (보통은 130일 가량 걸립니다.)
    물 소비량이 보통의 1/3인 쌀 이라던가
    시베리아 에서 키울수 있는 쌀 이라던가
    제주도 기준으로 한해 3번 농사 지을수 있는 쌀 이라던가
    300평당 생산량이 1700kg 을 찍는 쌀 이라던가.
    농약비료 없이 300평당 500kg 찍는 쌀이라던가
    소금물이 섞여도 자라는 쌀 이라던가


    이렇게까지 해서 쌀 기르고 싶은건가? 싶을정도로 극악한 조건에서 자라는 쌀을 다양하게 준비하고 있는데, 개발 하는 쌀 보면 대체로 '비료 없고 저수지 없고 날도 추운 동네에서도 나름 잘 자라는 쌀' 내지는 '뒤를 생각안하고 지르면 생산량이 3배가 되는쌀' 같은겁니다.


    ....노리는건 그겁니다.
    음. 그거요.



    여하튼.
    어디까지나 '비상상황 준비용' 이라서 밥맛을 내다 버리고 생산량에 올인한 품종들이 많은지라 일반적인 상황에서 상업적으로 성공하긴 힘든 쌀 입니다만, 진짜로 비상상황이 닥치면, 현재 남한 논 면적의 1/3 면적만 가지고 남북한 인구를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 먹일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게 대한민국 입니다.


    그리고 거기에는 여전히 내려오는 '통일'벼의 자손들이 큰 지분을 가지고 있지요.


    그런이유로.
    대한민국의 경우 모든 종류의 곡물수입이 막히는 동시에 석유파동이 터진다고 해도 정부에서 '저 새는 해로운 새다' 같은짓만 하지 않으면 기근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습니다.

    ======================================

    퍼옴 ( https://www.typemoon.net/freeboard21/26644#c_26719)







    결론

    : 맛을 포기하면
    70일만에 자라며,
    소금물에도 자라고,
    시베리아에서도 자라며,
    비료 없어도 되고,
    심지어 물을 3분의 1만 줘도 자람.


    한국은 옛날부터 남한 쌀만으로
    북한 인구까지 먹여살리도록 미리 대처해놓은 나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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