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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방역 한다더니"..양심에 맡기는 원숭이두창 방역

    22-06-23
    조회수 3121

    기사내용 요약
    "증상 없다"며 검역대 통과…허점 드러내
    잠복기 21일…스스로 의심증상 신고해야
    방역 당국, 영국 등 5개국 발열감시 강화
    "동성애자 낙인 역학조사에 도움 안 돼"
     

    [서울·세종=뉴시스]이연희 김남희 기자 = 국내에서도 첫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함에 따라 지금과 같은 검역을 통해 감염자 유입을 막을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원숭이두창 특성상 잠복기가 길어 건강진단 질문서를 허위로 작성하거나 의심증상이 있어도 병원에 가지 않으면 발병 사실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개인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전날 의심환자로 분류됐던 외국인 입국자 A씨는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할 당시 건강상태를 허위로 신고하고 검역대를 통과한 사실이 확인됐다.

    코로나19는 입국 전후로 검사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검역 단계에서 걸러지기 쉬운 구조다. 그러나 원숭이두창은 발열이나 수포형 발진이 있는지 본인에게 답변을 요구하는 식이다.

    A씨는 지난 19일 이미 전신증상과 피부병변이 일어났지만 건강상태 질문서에 '증상 없음'으로 기재해 제출했으며, 발열체크에도 정상체온으로 기록됐다. 피부 병변이 일어났지만 검역관들은 의심환자로 분류해내지 못했다. A씨는 진단검사 결과 원숭이두창이 아닌 수두 환자로 판명났지만, 이 사례는 원숭이두창 증상을 허위신고해도 방역망이 무색하다는 문제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반면 전날 원숭이두창에 확진된 내국인 B씨는 공항 내에서 자발적으로 질병관리청 콜센터 1339에 의심증상이 있다고 신고, 추가 접촉 및 전파를 차단할 수 있었다. 개인 양심에 따라 빠른 조치가 가능할 수도, 지역사회에 조용히 전파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원숭이두창에 감염된 상태로 입국했더라도 잠복기가 최대 21일로 길어서 검역을 통과할 가능성도 높다. 이 경우 가족 등 지역사회 전파 우려가 있다. 의심증상이 생길 때 병원을 찾거나 방역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의도적으로 숨긴다면 찾아낼 방도가 없다는 얘기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도 전날 브리핑을 통해 "발생국가를 방문한 후에 의심증상이 있는 이들의 자발적인 신고와 검사가 있어야 추후 확산 차단 조치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임숙영 중앙방역대책본부 상황총괄단장 역시 "원숭이두창의 잠복기가 길기 때문에 검역 단계에서 확인하기가 어렵다는 측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검역을 일부 강화하는 방안, 본인으로부터 건강상태와 관련해 신고를 유도하는 방안을 집중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건강상태를 허위로 신고했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근거는 있다. 입국할 때 건강상태를 허위로 신고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는 검역법 위반으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엄중식 가천대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해외 입국자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유입되더라도 원숭이두창은 직접접촉으로 전파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유행 가능성은 낮거나 소규모 유행이 예상돼 겁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지난 15일 원숭이두창 확진자가 발생한 국가는 42개국이다. 원숭이두창이 풍토병인 국가로는 카메룬, 중앙아프리카공화국, 콩고민주공화국, 가봉, 코트디부아르, 라이베리아, 나이지리아, 콩고, 시에라리온 등이 있다. 가나는 동물에서만 원숭이두창 바이러스가 확인됐다.

    풍토병이 아닌 국가로는 지난달 7일 영국에서 처음 확진자가 발생한 바 있으며, 영국에서는 790여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에 정부와 방역 당국은 전날 영국 등 27개국을 검역관리지역으로 지정하고, 특히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포르투갈 5개국은 발열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원숭이두창에 확진되면 동성애자라는 낙인이 찍힐까봐 의심증상이 있어도 신고나 진단검사를 꺼릴 가능성도 있다.

    최원석 고대안산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코로나19 때에도 확진자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길까봐 검사를 피하다가 유행을 더 키운 경험이 있다"며 "원숭이두창의 경우 확진자가 남성인지, 성적 지향이 무엇인지 부각된다면 진단을 회피하거나 역학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언론 보도와 역학조사, 의료기관의 대응 모두 세심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

    (출처: 뉴시스/ 이연희, 김남희)

     

    https://news.v.daum.net/v/2022062305011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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